내가 사랑하는 나라 - 김광섭 - 외2
내가 사랑하는 나라 - 김광섭 -
지상에 내가 사는 한 마을이 있으니 이는 내가 사랑하는 한 나라이니라.
세상에 무수한 나라가 큰 별처럼 빛날지라도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오직 하나뿐.
반만년의 역사가 혹은 바다가 되고 혹은 시내가 되어 모진 바위에 부딪쳐 지하로 숨어들지라도 이는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일지니, 나는 어디로 가나 이 끊임없는 생명에서 영광을 찾아 남북으로 양단 되고 사상으로 분열된 나라일망정 나는 종처럼 이 무거운 나라를 끌고 신성한 곳으로 가리니.
오래 닫쳐진 침묵의 문이 열리는 날 고민을 상징하는 한 떨기 꽃은 찬란히 피리라. 이는 또한 내가 사랑하는 나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꿈이어라.
수정
어느 비오는 날 꽃 벗들이 찾아오거든 날 불러주오.
들꽃도 풀꽃도 한 가닥 바람도 무언으로 부르거든 날 불러주오.
하늘색 꽃 마음으로 연초록 꽃향기로 내 마음 모두 전하라니.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는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 김남조 -